[세계일보]장애인에 높은 법원 ‘문턱’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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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0-07-02 15:14 조회1,335회 댓글0건본문
대법, 사법지원 강화 검토 착수/ 법정용어 엉터리 수어 통역 방지/ 휠체어 재판정 진입 불편 등 개선
청각장애인의 법정 수어통역사가 ‘항소’를 ‘황소’로 통역한 사례는 지금도 회자되는 장애인사법 지원 부실 사건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8년 ‘장애인 인권보장 방안 토론회’ 자료에는 중증 청각장애인 최모씨의 민사소송에서 수어통역사가 말을 잘못 옮긴 정황이 나와 있다. 법정 용어에 익숙지 않은 통역인을 법원에서 여과 없이 배정한 탓에 나오는 씁쓸한 단상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법관들의 장애인사법 지침인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올려 관련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수어통역인 등을 대상으로 법원에서 교육연수를 실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인증프로그램 시행을 비롯해 법정 내부의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된 휠체어 전용 법정 설치 등이 골자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개정판의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도입은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간 법정 문턱이 장애인들에게 유독 높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2008~2018년 인권위에 접수된 장애 관련 진정 1만2867건 중 사법·행정절차에서 차별을 겪었다는 진정은 427건으로 전체의 3.3% 수준이었다. 통역 부실 문제와 아울러 휠체어 이용자가 법정 내에서와 청사 진입 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해 성명서를 내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청사 도처에 급격한 경사가 있는 배수로를 방치해 휠체어 이용자의 보행에 어려움을 끼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개정판에서는 법정의 당사자석과 증인석, 검사석, 변호사석 등의 공간을 휠체어를 타고 접근할 수 있도록 넓게 설계하고, 법원별로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된 법정을 설치한 뒤 점차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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